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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5년 국민연금 + 건강보험료 합치면 소득 절반

2024.06.21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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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5년 국민연금 + 건강보험료 합치면 소득 절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요즘 워낙 시국이 민감하긴 한데, 최근 저희 연구팀에서 나온 결과 중에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0. 의정갈등의 명분

- 정부는 의대 증원의 명분을 급격하게 증가하는 의료 수요와 이에 대응하는 의사 인력을 부족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적 자원의 수급 불균형이 있기 때문에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의 수가 감소하고, 학생들과 부모가 의대 진학을 선호한다는 논리입니다.
 
- 실제로 우리나라의 의료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해왔습니다. 의료 수요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불가능하지만 그나마 간접적인 지표인 건강보험 총진료비를 보면 코로나 19시기를 제외한 과거 20년간 연 평균 9.4%씩 진료비는 상승해왔습니다.
 
- 엄청난 고성장 시장이고 그 성장이 20년 이상 유지된 것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수요의 증가는 인구의 고령화나 의료기술발전, 물가 상승, 복지 기대 등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이 수요 증가를 뒷받침해온 재원과 제도 그리고 정치적 환경도 이런 고성장시장을 용인해왔습니다.
 
1. 모두가 행복한 시장은 지속가능할까?
- 의료 수요의 급증과 이를 감당해온 지난 30년 간 우리나라 전체 경제 또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거기에 더해 노동인구의 비율은 높고, 피부양인구의 비중은 가장 낮은 인구학적 시기 또한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꾸준히 하지만 큰 반발을 사기는 어려운 수준으로 높여온 건강보험료율이 거시적 요소와 결합되면서 엄청난 수준의 재원 투자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 지난 30년 간 보건복지영역은 대다수를 만족시켜왔습니다.  국민은 질적수준, 접근성, 비용 측면에서 전세계 최상위 수준의 의료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의료계는 계속해서 시장을 키워나가면서 고성장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역대 모든 정부는 의료, 보건 복지의 향상을 자신의 성과로 바꾸어 지지율의 기반으로 활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두의 행복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없음을 우리는 이제 잘 알고 있습니다. 경제도 그렇지만 호황에는 문제없어 보이는 체계는 위기에서 본질을 드러내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 우리 보건의료 성공의 전제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낮은 인구학적 부양부담이었습니다. 이제 과거의 성공은 미래의 빛일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아직도 이런 무제한적 수요 증가와 이를 감당해온 공급체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대비한 준비는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아닙니다. 누구나 지속불가능을 알고 있지만 어떤 변화도 어려운 국민연금처럼 말입니다.
 
2. 우리나라 건강보험료율 얼마나 오를까?
- 건강보험료율의 미래 예측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불확실성은 있지만 인구구조 예측과 미래 의료비 전망을 할 수 있다면 그 종속변수인 건강보험료율의 추이도 그려볼 수 있습니다.
 
- 저희 연구팀은 2024년 통계청의 저위 인구추계(출산율 0.82)를 바탕으로 과거 20년의 의료비 증가 추세를 반영한 건강보험료율 전망을 제시해드립니다. 자세한 연구 내용은 곧 발표될 논문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율은 7.09%입니다. 이는 보편적 건강보장과 건강보험체계와 경제규모, 인구구조를 가진 나라들 중 가장 낮은 편입니다. (2021년 기준 프랑스 13.0%, 독일 14.6%, 일본 최대 10.0%)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는 매우 점진적인 속도로 건강보험료율을 올려왔으며, 20년 전의 보험료율은 4.21%으로 거의 3%p 가까운 인상이 있어왔습니다.
 
- 첨부된 그림을 보시면 미래 전망이 제시됩니다. 건강보험 수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10년 뒤인 [2035년에는 10.5%의 건강보험료율]이 요구됩니다. (현재 일본 수준), 20년 뒤인 [2045년에는 12.7%]에 도달하고 30년뒤인 [2055년에는 14.8%]에 달하리라 예상됩니다.

3. 2055년 우리 미래세대의 삶
- 저는 2055년을 매우 특별한 해로 여깁니다. 잘 아시다시피 어떠한 개혁이 없을 경우 국민연금의 기금이 모두 소진되는 시점이 2055년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KDI에서는 소진 이후 연금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약 35%의 보험료율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 국민 연금도 암울하지만 건강보험도 암울하기 그지 없습니다. 아마 올해 태어난 아이들이 한창 돈을 벌기 시작한 만 30세의 시점에서 그 아이는 국민연금에 35%의 소득을, 국민건강보험에 15%의 소득을 내야합니다. 이는 어떻게 봐도 합리적이지도,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습니다.
 
4. 우리 아이들을 위한 패러다임 변화
- 급격한 의료 수요 증가에 따른 무제한적 공급이라는 기존의 복지 패러다임은 이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더 위협하고 있습니다. 의사인력정책도 같습니다. 지금의 의도가 부양의 위기에 대한 고민 없이 이루어진다면 미래의 지속가능성은 더 빨리 소진될 뿐입니다.
 
- 매우 간단한 논리입니다. (1) 지금 그대로라면 여전히 의료 수요의 증가속도는 의사의 공급 속도를 압도합니다. 수급 불균형은 여전히 유지 될 겁니다. (2) 당분간 의대로의 인재유입은 가속화될겁니다.  그리고 그 인력은 우리 미래세대를 책임져야할 가장 우수한 인력일 겁니다. (3) 의료 수요 증가에 장기적 재정 대응은 불가능합니다. 

- 현재 의사의 수급 불균형이 있고, 기성세대의 의료수요가 늘어나니 의대를 증원하자라는 논리는 사실 미래세대에 대한 무제한적인 현세대의 의료부양 요구와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 세대들에게 이런 부담을 넘겨줄 수 있을까요? 이러한 일은 도덕적, 사회적으로 옳은 일일까요? 미래 세대를 위한 수요 자체의 감축이라는 새로운 접근이 정말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실 지금도 많이 늦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우리 세대 모두가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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