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8월
24일 밤, 함경남도 북청군의 바닷가 마을. 소년 김성길(당시
13살)은 더위를 피해 집 앞마당에서 잠을 자다가 “기절초풍할” 봉변을 당했다. 컴컴한 어둠 속 건장한 사내들이 총을 들이대고 잠을 깨웠다. 동해상 휴전선을 넘어 잠입한 대한민국 육군 첩보부대(
HID) 소속 북파 공작원들이었다. 소년은 그길로 아버지(당시
53살)와 함께 남한 땅 강원도 고성군의 군 부대로 끌려왔다.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가 볼모로 잡힌 채 특수작전 훈련을 받았다. 이듬해
10월, 아버지는 휴전선을 넘었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부대는 아들에게 아버지의 ‘전사’ 사실을 감추고 두차례나 북파 공작에 동원했다. 그로부터 2년 뒤, 김씨는 아무런 대책 없이 부대 밖 사회로 방출됐다. 세월이 흘러 철부지 중학생은
82살 고령의 노인이 됐다. 그동안 김씨가 숨죽여 살아온 세월은 신산하기 짝이 없다.(한겨레 6월1일치 1면, ‘북에서 끌려온 아들 그리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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