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원 넣으면 치킨 경품”… 담당 공무원 ‘좌표’ 찍고 전화폭탄
[단독]“민원 넣으면 치킨 경품”… 담당 공무원 ‘좌표’ 찍고 전화폭탄
“‘민원 릴레이’에 참여하면 치킨 경품을 드려요.”
지난달 경기의 한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아파트 인근 도로 보수 등을 관할 시청과 국토교통부에 요구한 뒤 이를 게시판에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치킨 주문 교환권을 나눠준다는 내용이었다. 게시자는 민원 접수 사이트로 연결되는 QR코드까지 첨부했다.
● 해운대구, 전국 최초로 직원 이름 비공개
최근 경기 김포시의 한 9급 공무원(주무관)이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되는 이른바 ‘좌표 찍기’ 방식으로 민원에 시달린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악성 민원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로도 특정 지역 주민 등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사안으로 여러 차례 민원을 접수시키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취재팀이 포털 사이트에서 ‘민원 릴레이’를 검색하자 이처럼 집단 민원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수십 건 검색됐다. 그중엔 공무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며 전화를 유도하는 글도 있었다. 경북의 한 구청에서 일하는 주무관도 이달 초 관내 한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 전화번호 등이 공개됐다. 해당 주무관은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하루에도 30통 넘게 받느라 업무가 마비됐다”며 “대부분 구청이 해결할 수 없는, 개인 간 계약 갈등을 중재하라는 내용이어서 무력감이 들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임용된 지 5년도 안 돼 퇴직한 공무원은 2019년 6663명에서 2022년 1만3321명으로 2배로 늘었다. 주로 일선에서 민원 처리 등을 담당하는 저연차 공무원들이다. 25일 부산 영도구청에선 한 70대 주민이 ‘주택 보수를 요청했는데 들어주지 않는다’며 공무원을 흉기로 위협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공무원 신상털이’가 문제가 되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부산 해운대구는 21일 홈페이지 내 공개된 행정조직도에서 담당 직원의 성만 남기고 이름을 모두 ‘○○’으로 익명 처리했다. 또 직원 이름과 사진이 담긴 좌석배치표를 청사에서 모두 철거했다. 이런 정보보호 조치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악성 민원에 악용되는 걸 방지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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